선팅오일 Suntint Oil
페이지 정보
작성자 656 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5-05-12 14:09작가명 | 이진형, 조효리 |
---|---|
전시기간 | 2025-05-14 ~ 2025-06-13 |
초대일시 | 2025년 05월 17일(토) 14:00~15:30 *작가와의 대화 |
휴관일 | 일, 공휴일 |
전시장소명 | MO BY CAN |
전시장주소 | 04349 서울 용산구 한남동 733-70 1층 모바이캔(주차장/부동산 마네 맞은편) |
관련링크 | http://can-foundation.org/archives/exhibition/%ec%84%a0%ed%8c%85%ec%98… 5회 연결 |
관련링크 | https://www.instagram.com/can_foundation/ 3회 연결 |
■전시기간 : 2025년 05월 14일(수) ~ 06월 13일(금)
■운영시간 : 월-토 10:00~18:00(일∙공휴일 휴관)
■전시장소 : 모바이캔 MO BY CAN(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733-70)
■참여작가 : 이진형, 조효리
■주최∙주관: (사)캔파운데이션, 모바이캔
■전시후원 : 수당재단, 현대성우홀딩스
《Suntint Oil》이라는 제목은 이질적인 두 감각—차단과 흐름, 가림과 투명성—의 공존을 상징한다. 이 조합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 언어, 일종의 '콩글리시(Konglish)'에서 비롯된다. ‘Suntint’는 실제 영어권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표현으로, 한국에서 차량 유리의 자외선 차단 필름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영어 ‘Sun(태양)’과 ‘Tint(착색)’의 조합이지만, 영어 사용자에게는 낯선 이 단어는 언어의 틈에서 발생한 하나의 실수이자 창조다. 이 비틀어진 조어는 우리가 현실을 언어로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감각과 인식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사례다. 이 전시는 그러한 비틀림에서 출발해, 회화가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감각을 조절하고 세계를 새롭게 지각하게 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탐색한다. ‘Suntint’는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면서 감각을 여과시키는 얇은 필름처럼, ‘Oil’은 천천히 흘러내리며 흔적을 남기는 유동적인 물성처럼 기능한다. 회화는 이 두 속성의 경계에서, 감각이 머물렀다가 흘러나가는 지점에서 작동한다.
이진형과 조효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러한 회화적 조건을 탐색해온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구작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과거의 작품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꺼내어 보는 자리다. 이 전시는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이전에 만들어진 이미지와 감각이 오늘날의 시선 속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다.
이진형의 회화는 이미지가 지시하는 내용보다, 이미지가 지각되는 방식에 더 주목한다. 그가 수집한 이미지들은 디지털 화면에서 불완전하게 제시되며, 확대와 축소, 해상도와 왜곡을 반복하는 시각적 조각들이다. 의미 없는 이미지가 아니라, 즉각 해석되지 않고 천천히 드러나는 의미를 가진 이미지다. 그는 이러한 감각의 재료들을 해체하고 겹쳐 새로운 구조로 재조립한다. 이미지의 잔상, 색면, 형태의 밀도는 모두 회화적 감각의 실험이자, ‘보는 행위’를 다시 조율하는 장치다. 그의 작업에서 회화는 더 이상 재현의 도구가 아니라, 감각의 구조를 형성하는 조형 언어다. 화면은 물감이 덧입혀지는 표면이 아니라, 이미지가 가라앉고 떠오르는 물성적 공간이 된다. 이진형은 시선을 고정시키기보다 분산시키고, 이미지에 몰입하기보다 그것을 미끄러지게 한다. 회화는 감각의 매질이 되고, 관객은 그 안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자각하게 된다.
조효리의 회화는 감각의 흐름과 시점의 이동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는 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가상의 구조를 설계하고, 이를 평면이나 설치의 형식으로 옮긴다. 이 과정은 실제와 환영, 내부와 외부, 정지와 움직임이 교차하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화면 속에는 유리잔, 반사면, 흐릿한 경계선처럼 감정의 잔상이 잠시 머물렀다 스며드는 장면이 자리 잡는다. 그는 시점을 고정하지 않고 이동시키며, 줌 인과 줌 아웃, 시야의 드래그와 같은 디지털적 시선을 회화로 번역한다. 이로써 하나의 화면 안에서 다층적인 감각 구조가 생성되고, 관객은 그 구조 속을 천천히 유영하듯 감각하게 된다. 조효리의 회화는 재현을 넘어서, 감각이 형성되는 구조 자체를 구성한다. 화면은 기억과 상상이 만나는 지점이 되고, 관객은 그 안에서 ‘보는 나’와 ‘보이는 것’ 사이의 긴장을 경험하게 된다.
《Suntint Oil》은 두 작가의 작업을 다시 마주하거나 처음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미 알고 있던 작품이라도 새로운 맥락에서 다시 보는 경험이 될 수 있고,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는 각자의 회화 세계를 감각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이 전시는 회화를 통해 감정을 어떻게 느끼고, 시선이 어떻게 머물거나 흘러가는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경험하게 한다. 관객은 각자의 속도와 감각으로 작품과 마주한다. 《Suntint Oil》이라는 제목처럼, 감정과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가 퍼지고, 다시 스며드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