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s / 김혜란展 / 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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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4,860회 작성일 09-03-11 12:14전시기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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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명 |
Chaos
김혜란展 / KIMHYELAN / 金惠蘭 / painting
2009_0218 ▶ 2009_0317 / 공휴일 휴관
김혜란_chaos & frustration #13_캔버스에 유채_162×130.3cm_2008
관람시간 / 09:30am~07:00pm / 일요일_10:00am~06:00pm / 공휴일 휴관
표갤러리 서울 신관_PYO GALLERY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58-79번지
Tel. +82.2.543.7337
www.pyoart.com
김혜란_chaos & frustration #31_캔버스에 유채_162.2×117cm_2008
호흡 -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호흡한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매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거의 언제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 사실을 잊고 있었으면서도 '호흡'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 깜짝 놀라 살아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으며 한숨을 돌리는 것이다. 누군가 죽음의 경계선을 넘어보았다면, 육체를 이탈하는 그 담 너머 벌어지는 무엇인가를 체험했다면, 그 호흡의 의미는 더욱 절실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이어가는 시간이 흐르며 천천히 죽음을 향해 갈수록, 일찍이 죽음을 엿보았던 체험에 대한 기억은 역설적으로 서서히 흐려져, 다시금 호흡한다는 사실조차 거의 잊고 지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체험에 집착해서도, 흐려져 가는 기억을 당연하게 여겨서도 안 된다. 다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살며 죽는 것이다. 죽음은 삶과, 삶은 죽음과 이어져 있다. 빌 비올라(Bill Viola)가「해변 없는 바다」(Ocean without a shore)(2007)에서 인용했던 세네갈의 시인 비라고 디롭(Birago Diop)의 시가 나에게 깨우쳐 주었던 것처럼.
김혜란_chaos & frustration #32_캔버스에 유채_162.2×117cm_2008
호흡이 끊어진 듯, 사지를 통제하는 의식의 기능을 이미 잃은 듯, 신체는 홀로, 또는 동반자와 함께 널브러져 있다. 이미 죽은 것일까. 혹은 절망하다가 심신이 지쳐 잠든 것일까. 아니면 편안하고 행복한 휴식 상태를 설마 내가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 나는 얼굴 표정을 읽을 수도, 사태를 파악할 수도 없어서 “모습이 너무 희미하니까…”라고 핑계를 대곤 시선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현장과 신체의 자세는 강력하게 나를 사로잡아 몰입시키는 마력이 있다.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눈 앞에 그 모습을 들이대어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이가 ‘절망’과 '죽음'과 ‘평화’를 아는 사람임에 틀림없고, 나와 더불어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는 사실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광경과 색채의 마력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던 내게 김혜란은 죽음의 경계를 넘었던 자신의 체험, 그리고 혼돈(chaos)과 좌절(frustration)에 대해 조용히 말했다.
역시 그랬다.
김혜란_chaos & frustration #20_캔버스에 유채_210×130cm_2008
체험은 자신의 삶을 깊게 하며, 삶을 통찰하는 눈을 뜨게 하며, 그 결과는 예술로도, 일상의 생활로도 결코 숨겨질 수 없다. 그러나 그 체험의 깊이를 공유하며 또 다른 삶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는 자에게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세미한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이 주어져야 한다.(‘들을 귀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누가 14:35) 비라고 디롭(Birago Diop)처럼 불의 소리, 물의 소리, 우주의 소리를 들을 귀가 있어야 한다.
김혜란_chaos & frustration #37_캔버스에 유채_210×130cm_2009
그 때, 우리는 김혜란의「chaos & frustration」시리즈에서 무심한 바람결을 타듯, 시각의 잔상에서 흐려져 가는 고통과 좌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희석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천천히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우리 자신을 용인하게 된다.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회화에서 충분히 활용되었던 사진과 회화의 경계 문제, 순간성과 지속성,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기억에 관한 생각들을 떠올리며 나는 생각한다.
김혜란_chaos & frustration #39_캔버스에 유채_210×130cm_2009
김혜란_chaos #40_캔버스에 유채_150×150cm_2009
예술에 있어서 한껏 높아진 모든 지식과 논리와 철학 이전에 우리에게 준비되어야 할 것은 삶에 대한 진정한 깊이와 직관의 통찰이라고. 그것이 없으면 어떤 감동에 관한 논의도, 예술과 인간에 대한 사랑에 관한 말도 허사라고. 그것은 고통과 좌절을 받아들이며 서서히 죽음을 향해 갈지라도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호흡’을 멈추지 않게 한다고. ■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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