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 현-눈을 뜨다 / 최세경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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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2,474회 작성일 23-10-07 16:38작가명 | 최세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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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3-10-14 ~ 2023-10-27 |
초대일시 | 2023.10.14(토) PM 5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휴관 |
전시장소명 | 예술공간 아름 |
전시장주소 | 16253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4 2층 예술공간 아름 |
관련링크 | http://blog.naver.com/artspacearum 561회 연결 |
관련링크 | http://www.instagram.com/artspacearum 1225회 연결 |
▲ 최세경, 검을현-결
pencil, graphite on paper, 132 x 119cm, 2023
● 현 玄-눈을 뜨다 Hyun-Be awake to
김성호(미술평론가, Sung-Ho KIM)
I. 빛을 품은 검정
연필 속 흑연이 지난한 노동을 통해서 종이 위에 갈린 채 무수히 집적된 검정은 검정 물감과는 확연히 다른 효과를 드러낸다. 우리가 검정에 가까운 짙은 회색을 차콜 그레이(charcoal gray) 혹은 흑연색(graphite color)이라고 부르듯이, 종이 위에 흑연을 문질러 올린 최세경의 검정은 ‘완벽한 검정이 아닌 검정’, 즉 오프 블랙(off-black)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프 블랙이란 거의 검정으로 보일 만큼 어둡지만, 순수한 검정과 약간의 차이가 나는 색이다. 게다가 흑연으로 대별되는 최세경의 오프 블랙은 종이 위에 짓이겨진 채 미세하게 도포된 까닭에, 가시광선을 대부분 흡수하는 검정 물감과 달리, 시점과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을 반사한다. 그것은 탄소로 구성된 흑연 물질로 인해 독특한 금속의 광택 효과를 창출한다. 그래서 화면은 검정이지만 방향과 시점에 따라 어떤 부분은 빛나는 하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종이 위에 흑연을 밀착시켜 올린 검은 표면은 빛의 방향과 관자의 시점에 따라 반사를 달리하면서 은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금속의 광택 효과를 만든다.
II. 결의 변주와 흐름
결(grain)은, “물체의 면과 면 또는 선과 선이 포개진 상태”를 의미하는 복수의 겹(layer)이 ‘규칙적으로 균질화되고 패턴화된 어떠한 바탕이나 상태’를 의미한다. 달리 말해, ‘겹이 만든 가시적인 요철(凹凸) 공간이 이룬 일련의 평정 상태’를 지칭한다. 따라서 ‘겹’은 ‘결’을 만드는 전제 조건이 되고, ‘결’은 ‘겹의 상태’가 낳은 결과가 된다. 거친 숨결, 잔잔한 물결의 예와 같이, 요(고랑, 골)와 철(이랑, 마루)이 연접하는 대비의 간격이 크면 클수록 결의 평정 상태는 거칠어지고, 반대의 경우 그것은 잔잔해진다. 이처럼 ‘결’은 골과 마루가 밀치면서 지나간 움직임이라는 사건의 흔적이 된다.
최세경의 〈결〉 연작에서, ‘결’은 “흐름의 결과물이자 과정의 단면”으로서 흑연으로 된 작품 표면 위에서 미세하게 관찰된다. 때로는 다람쥐의 반복되는 쳇바퀴 운동처럼, 때로는 넘실대는 강물의 흐름처럼, 때로는 운동장 트랙을 반복적으로 질주했던 자전거 바퀴의 흔적처럼, 결은 그렇게 그녀의 검은 화면 위에 다채로운 운동의 사건 흔적을 남기면서 자리한다. 화면 위에 꾹꾹 눌러 얹은 흑연이 만든 골과 마루의 무수한 만남은 결의 상태와 모양을 달리하면서 검정 속에서 쉬이 보이지 않는 결의 미를 화면 위로 길어 올린다. 가히 결의 변주라고 할 만하다.
III. 검정이 견인하는 무아의 세계
〈흐름〉, 〈흐름-틈〉 연작을 “집중력과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작업”으로 풀이하는 작가 최세경의 언급은 타당하다. 검정과 하양의 사이 공간을 통해 일련의 패턴과 같은 결을 만들고 그것이 창출하는 운동 흐름을 표현한 이 연작은 결과를 예측한 것이기보다는 우연의 효과를 받아들이고 자연스러운 터치의 흐름 형태를 구현하되, 자신을 망각할 만한 고도의 몰입 상태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유념할 것은 최세경의 작업에서 이러한 ‘무아’가 자기부정을 통한 금기, 고행을 전제하는 것이기보다 ‘몰입을 통해 하나의 일에 천착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아지경’과 똑같은 의미를 ‘몰입’으로 소개하고 있는 최근 심리학과 같은 맥을 잇는다. 헝가리계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저작 『몰입: 최적 경험의 심리학(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2009)에서 “어떤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될 때를 뜻하는 용어”로 ‘몰입’을 제시한다. 우리는 여기서 이 몰입을 이머젼(immersion)이 아니라 플로우(flow)로 사용하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칙센트미하이가 몰입했을 때의 느낌을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설명했듯이, 최세경의 무아지경은 이러한 플로우라는 몰입과 연동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무아의 세계를 담은 그녀의 작품 제목이 ‘흐름(flow)’인 까닭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만하다. ...중략
▲ 최세경, 검을현-마주서다
pencil, graphite on paper, 60 x 71cm, 2023
▲ 최세경, 검을현
pencil, graphite on paper, 60 x 60cm, 2023
▲ 최세경, 3개의 원
pencil, graphite on paper, 77.5 x 36.5cm, 2023
▲ 최세경, 변(變)Ⅱ
pencil, graphite on paper, 77.5 x 57cm, 2023
작가노트 | 내 안에 거대하고 묵직한 것이 있다. 그것은 가끔 없어지길 바라고 또 어느때는 없어질까 두려워한다. 이것은 덩어리져 있지만, 간혹 움직이며 동요되는 변화가 있다. 이것은 나를 지탱하는 축이며 원천이다. 이것을 컨트롤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과 대면하는 일은 움직임의 시작이다. 내면으로 침잠하는 유동적인 흐름은 몰입의 순간이며 치유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지점이다.
태초에 완벽하게 생성된 것이라 하더라도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변화한다는 것,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야말로 본연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자연스러운 흐름을 작업화한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작업의 핵심이다.
현(玄)은
색깔이 검다는 의미보다는 아득하고 신비하다는 뜻에 가까운 말이다. 그윽하고 아득해서 언어로는 표현하기가 힘들다. 이 깊이감은 인간 내면의 심연을 떠올리게 한다. 반복하는 덧칠의 결과물은 생각보다 강인하다. 흑연이라는 재료적 특징을 살려 좀 더 근원적인 중심축을 표현하며 어둠의 무게감은 진중하나 자유롭다. 적당한 어둠은 사람을 침착하게 만들며 차분하게 만든다. 이 무게감의 표현은 작가의 수행적 시간과 노동력으로 다른 종류의 세계를 보여준다.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형태인 원(圓)은 무한대의 깊이감으로 현으로 다가가게 한다. 흑연이 보여주는 단단함과 근본을 이루는 것을 부각시켜 보았다. 결은 움직임의 흔적 또는 유동적 흐름의 결과물이자 과정의 단면이다. 현상적으로 보면 가장 근본적이며 사사로움 없이 발현되는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구분하면, 숨결, 성격, 사물, 자연물등 결을 나타내는 수많은 것들이 있다. 또한, 결은 빛에 반응하며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터치로 이루어진 집중력과 무아지경의 작업은 결과를 예측하며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터치의 흐름 형태를 구현한 것이다. 먹물의 1획 터치의 수많은 만남은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우연적 흐름을 표현한다. 공기의 흐름, 기운의 흐름, 물의 흐름등 자연스러움을 상징한 것이다. 유동적인 흐름의 리듬감과 깊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 최세경, 세번의 결
pencil, graphite on paper, 18 x 21cm, 2023
▲ 최세경, Flow...리듬
koreaink on paper, 132 x 200cm, 2022
▲ 최세경, Flow...리듬(부분컷)
koreaink on paper, 132 x 200cm, 2022
▲ 최세경, 륜-확산
koreaink on paper, 50 x 50cm, 2023
▲ 최세경, Flow..No20220002
koreaink on paper, 36 x 26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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