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CI YOUNG CREATIVES 신종민 개인전 ≪Ad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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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CImuseum 댓글 0건 조회 1,311회 작성일 24-06-28 10:31
작가명 신종민
전시기간 2024-07-04 ~ 2024-08-10
휴관일 일, 월
전시장소명 OCI미술관
전시장주소 03144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관련링크 https://ocimuseum.org/portfolio-item/신종민-add-on/ 964회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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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on


 

오래된 디지털 게임이 연상되는 이곳은 신종민이 그의 삶 속 인물과 공간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조각들이 모여 구축한 또 다른 세상이다.

 

이곳의 모든 존재는 현실 속에서의 정체성은 까맣게 잊은 채 낯선 맥락을 부여받았다. 아버지의 형상을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메시아로 묘사하고, 군 면제를 받은 친구에게 군복을 입혀 입대를 은유하며, 자신의 페르소나에 니케의 날개를 붙이고 권총과 기다란 검을 장착시켜 세계를 제패할 힘을 선사한다.

 

조각들은 그 자체로 현존함과 동시에 다음 작업 제작을 위한 작가의 데이터베이스에 예속된다. 완성의 순간은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을 알린다. 더해지고 덧대어지며 무한한 형상과 내러티브를 얻는다. 폴리곤의 뼈대가 그대로 드러난 부분으로 보이는 텅 빈 내부, 낮은 해상도를 연상케 하는 얇고 찢어진 면, 빛바랜 색채 모두 한없이 가벼운, 그러므로 언제든지 쉽게, 얼마든지 다르게 조립할 수 있는, 끊임없이 재창조가 가능한 가변적 조각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변화를 마다치 않는 속성 덕에 영속을 얻어 내었다. 찰나의 순간에 조각은 스스로를 다시 전복한다.

정유연(OCI미술관 선임큐레이터)

 

 

조각적 분열과 게임적 변형: 파괴된 몸과 파괴하는 몸


 

1.조각과 전쟁

어떤 책에서 사진으로 본 그리스 조각 중 그 형태가 무척 흥미로워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죽어가는 전사(Dying Warrior)>(500 BC)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정면을 향하고 있는 전형적인 와상으로, 전쟁에서 죽어가는 전사의 모습을 재현한 대리석 조각이다. 그리스 에기나(Aegina) 섬 아파이아(Aphaia) 신전에서 출토된 그 조각은, 누워있는 몸을 지탱하며 완벽한 삼각형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바닥에 딛고 길게 뻗은 왼쪽 팔의 손가락이며 코와 발가락이 모조리 잘려나가 있었다. 그 왼쪽 팔과 대칭을 이루며 삼각형의 또 다른 변을 그리고 있는 오른쪽 다리는 무릎과 발목에 절단된 흔적을 뚜렷하게 갖고 있으며, 허벅지와 어깨, 팔꿈치 같이 동세가 응축된 자리들은 몸을 횡단하는 균열의 틈을 다시 짜맞춘 흔적이 역력했다.

 

그 중에서 내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죽어가는 전사의 오른쪽 팔이었다. 적어도 네 다섯 부분으로 조각 났던 전사의 팔은, 구부린 팔꿈치부터 팔목으로 내려오는 부분의 반 정도가 소실돼 절단면을 드러냈다. 소실된 팔의 일부 때문에 전사의 몸에 연결되지 못한 그 비극의 오른 손과 팔목 부분은, 복원하는 이들이 가슴을 뚫고 몸통에 박아 놓은 굵은 못에 간신히 의존한 채 해부학적 연결을 상상케 하는 위치[허공]에 정확하게 멈춰 세운 것처럼 놓여 있었다. 비현실적인 미소(archaic smile)를 띠면서 죽어가는 전사의 몸은 그리스 고전미의 이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전쟁과 재난에 의해 파괴된 조각의 원형 상실에 관해 환기시켜주었다.

 

내가 본 고대의 조각들은 대부분 파괴된 흔적을 가진 불완전한 몸이었다. 팔이 없거나 목이 잘리거나 다리가 없는 절단된 신체들은, 전쟁 속에서 파괴된 몸의 유해를 다시 추려 복구한 것처럼 무척이나 비현실적이다. <죽어가는 전사>의 몸은 소실된 부분을 복제하여 채워 넣은 흔적, 지지체를 이용해 분리된 파편을 몸통에 연결시킨 흔적들이 몸의 이상적인 윤곽선과 대구를 이룰 정도로 분열과 파괴의 국면을 드러내면서, 말 그대로 (작가가 예상하지 못한) “죽어가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게 된 셈이다. 퍼즐 조각 맞추듯이 (불완전하게) 복원된 고대의 조각들은, 사실상 그 파괴된 원형이 (누군가에 의해) 계속해서 갱신될 가능성을 잠재적으로 품고 있다.

 

2.전쟁과 게임

<죽어가는 전사>의 이상할 만큼 비현실적으로 복원된 신체를 떠올렸던 것은, 신종민의 (2024) 때문이었다. 그는 T포즈를 (이상적인) 신체의 뼈대로 세워 놓고, 그 위에 특유의 방식으로 제작한 신체의 부분들을 재결합시켜 비현실적인 인간 형상을 상상해냈다. 사진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인간 형상의 이미지들을 거칠게 입체화 한 인상을 주는 신체의 파편들은, 인간 원형에 대한 은유처럼 여겨지는 T포즈 뼈대 위에 생성된 인체 형상의 무질서를 더욱 강조한다. 인체라는 큰 틀을 완전히 벗어나 있지 않으면서, 신종민의 는 절단과 복제와 누락과 복원 등의 경로를 끊임없이 (재)탐색하며 기이하게 구축된 “디지털 합성 이미지”의 흔적을 숨김 없이 드러낸다.

 

신종민은 디지털 게임 환경에서 생성되고 작동되며 변형되는 인간 형상을 모티프로 조각에서의 몸에 대한 인식에 다가간다. 특히 게임 캐릭터의 특징을 “카니발적” 전복으로 여겨 온 그는, 일종의 분열적인 태도로서 인체 질서에서 벗어난 “전복된” 몸의 가능성을 살핀다. 그런 의미에서 는 최근까지 시도해 온 인체의 게임적 변형과 조각적 분열의 교차점을 극대화 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손”에 긴 칼을 쥐고, “다른 손”에는 권총을 든 이 삼차원의 캐릭터는, 전쟁 중인 신체의 요소들을 이어 붙여 그 기능을 강화시키려 했던 제작자의 의도가 언뜻 묻어난다. 정면을 응시하고, 몸을 방어하고, 강한 발차기를 반복하는 듯한 이 카니발적 신체는, 목이 절단되고, 팔 다리가 잘려나간 전쟁의 패자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그 둘을 매개하는 것이 임의의 “원형” 혹은 “원점”을 상정하는 T포즈 뼈대의 기능일 테다.

 

이 전시 제목은 “Add_on”이다. 기존 프로그램의 기능 보강을 목적으로 “추가된 프로그램”이라는 뜻의 “애드온(add-on)”은, 디지털 게임에서는 사용자들에 의해 원래의 기능이 유연하게 확장되거나 임의로 추가될 수 있게 하는 보조 장치를 말한다. 이와 같은 생산과 소비, 제작과 사용, 수행과 수용 등의 경계를 횡단하는 오늘날의 사회‧문화‧기술적 형식들은 최근 미술 경향의 단면에 깊이 박혀 있는 동시대적 감수성을 구성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신종민이 전시 제목으로 가져온 “애드온”은, 디지털 게임의 형식 구조를 사용해 조각적 형태를 구축하는 일련의 내막을 가늠하게 한다.

 

그는 현실에서 삼차원의 크고 무거운 조각들이 실제로 겪어온 “전쟁”과 “재난”을 떠올릴 만한 게임의 가상 현실을 탐색한다. 실제로 내가 이 글에서 제시한 “전쟁”이라는 화두에 그가 얼마나 공감할 지는 모르겠다. 전쟁 속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군인들처럼 절단된 신체와 그것의 복제 및 복원의 흔적들을 교차시켜 놓은 조각의 실존은, 신종민의 게임 속 전투 캐릭터의 끊임없는 변형과 갱신 속에서 새롭게 유전된다.

 

3.게임과 몸

《Add-on》 전시 입구에 설치된 건축적 풍경 앞에는 (2024)가 마치 가상 세계의 진입을 반기듯 서 있다. 신종민은 형태를 만들 때, 마치 3D 프로그램으로 모델링을 하는 것처럼 바닥으로부터 와이어프레임을 구축하고 그 표면을 얇고 촘촘한 메시로 채운 뒤 시멘트로 덮는다. 거기에 채색을 하고 윤곽을 더욱 선명하게 하는 디테일한 시도들을 첨삭한다. 도 그렇게 제작됐다. 군데군데 비어 있는 누락된 표면과 로우 폴리곤의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운 윤곽이 현실감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면서, 이렇게 열화된 디지털 이미지의 감각은 앞에서 언급한 파괴된 <죽어가는 전사>가 기념하고자 하는 고전적 이상미처럼 어떤 “형태적” 혹은 “기능적” 효과에 충실한 자신의 소임을 보여준다.

 

애초에 신종민은 게임에서 파생된 2차 창작으로서 “모드(MOD)”라는 방식에 주목했다. 그는 게임 제작자가 일정한 세계관 속에 구축해 놓은 캐릭터 및 게임 소스를 사용자가 “공유”해 세계관을 이탈해도 무방한 추가적 “변형/수정”을 적극적으로 꾀하는 모드 사용 방식을 조각에 적용했다. 이를 위해, 파괴와 분열은 불가피하며 왜곡과 열화는 필수적이다. 는 인간 형상의 재현도, 그것에 대한 사유도 아니다. 단지 특정 환경 속에 생존하기 위해 추가되고 추가된 몸의 기이한 확장을 보여준다.

 

즉흥적이고 기계적으로 구축된 와이어프레임은 이번 전시에서 신체의 원점/원형으로 회귀하려 하는 T포즈의 구조물과 교차한다. 그것은 디지털 환경 속 신체 변형의 가능성을 효율적으로 매개하면서, 동시에 고전적인 인체 해부도의 구조나 종교적 형상의 상징까지 아우르면서 인간 형상의 이미지 스펙트럼을 확장시킨다. 그는 와 같이, 산산조각난 인체의 파편들을 자석처럼 결합시켜 놓은 일종의 지지체로서의 T포즈 구조물을 개별적인 부분-대상들이 환기시키는 움직임에 대한 비약적인 상상을 접었다 펼치는 양팔 사이의 주름 속에 겹쳐 놓는다. 말하자면, 기이한 괴물 형상의 인체가 서로 상이한 시간과 장소, 기억과 상상 속에서 떨어져 나온 개별적인 움직임의 (불가능한) 총체라는 것을 떠올려준다.

 

그가 디지털 합성 이미지에 가까운 조각적 형태를 현실에 구축해 놓고, 그 이미지들의 기원을 자기 자신에 수렴시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그는 가까운 지인들과 가족들의 얼굴을 조각에 합성시키면서, 일련의 캐릭터가 자기 자신의 페르소나임을 설명한다. 그것은 일종의 가면을 말함과 동시에, 가상의 캐릭터 안에 복제되어 들어가 있는 자기 자신의 파괴된/분열된 흔적으로서의 이미지, 그러니까 인간 형상으로서의 원형적인 흔적의 이미지를 탐색하려는 조각가의 시선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바닥에, 혹은 허공에 힘 없이 펼쳐 있는 인체들은 벌어진 관절과 누락된 피부, 분절된 골격으로 인해 잠재적인 갱신과 변형을 예고한다. 마치 “죽어가는 전사들”처럼 원형으로부터 이탈한 몸의 파편들은 새로운 복원의 가능성을 꾀해 온 조각의 역사를 흐릿하게 떠올려준다.

안소현(미술비평가)

 

 

작가 약력


 

학력

2022 경희대학교 조소과 석·박사 통합과정

2021 경희대학교 조소과 학사 졸업

 

주요 개인전

2024 Add-on, OCI미술관, 서울

 

주요 단체전

2024 쫄티와 허벙한 바지, 중간지점 하나, 서울

          INTERPOLATED SCENES, 공간형, 서울

2023 영웅 없음, 갤러리 인 HQ, 서울

         소생된 폭발음을 기록하며, 안팎 스페이스, 서울

         Non Fungible Art, 미로센터, 광주

2022 Moving ID, 경기아트센터 갤러리, 수원

 

수상 선정

2023 2024 OCI YOUNG CREATIVES 선정, OCI미술관

 

연락

spraybe@gmail.com │ @shin_j0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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