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OCI YOUNG CREATIVES 이호수 개인전 《Time And Mac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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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CImuseum 댓글 0건 조회 85회 작성일 25-04-03 13:26
작가명 이호수
전시기간 2025-04-10 ~ 2025-05-24
휴관일 일,
전시장소명 OCI미술관
전시장주소 03144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관련링크 http://ocimuseum.org/portfolio-item/%ec%9d%b4%ed%98%b8%ec%88%98-time-a… 3회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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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And Machine


 

시간과 기계의 틈에서 조각하기


 
어느 해 가을, 가족이 오래전 입원했었던 병원 건물에 보존되어 있는 시계탑 전시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5층 건물의 세 개 층이 시계탑의 몸체였다. 나흘에 한번 꼴로 감아올리는 추가 서서히 내려오며 롤러를 동작시키는 원리였기에 층고는 10미터에 이르렀다. 좁고 가파른 나무 계단,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다락방의 작은 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천장에서부터 내려와 있는 도르레 벨트, 바닥에 내려와 멈춰있던 추. 시계탑 내부는 사방의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았지만, 작동을 멈춘 기계들이 뿜어내고 있던 긴 침묵 같은 어둠에 나는 잠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 기계 내부로 들어갔을 때 느꼈던 이 감각들은 내 몸에 기억되어 있다가 이후 이호수 작가의 작업을 만났을 때 돌연히 살아났다.
 
이호수 작가의 작업 중심에는 ‘스스로 움직이기를 갈망하는’ 진자가 있다.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그가 지난 8년 동안 ‘타임머신 시리즈’를 통해 콘크리트 그네, 스테인리스 괘종 시계 등 재질과 형태를 실험하고 사운드와 빛 센싱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조형-시스템 탐구를 이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심장 박동이 생명체 내의 혈액을 순환시키듯 진자의 움직임을 품은 조각체들은 전시장 안에서 고유한 시간성과 작용을 펼쳐냈던 듯 보인다. 문득 그의 세계 안에 진자가 깊이 자리하게 된 연유가 궁금해졌다.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로 답을 들려주는 대신 진자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최면적 감각과 유동하는 시간 경험 속으로 관객을 데려가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번 OCI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호수의 개인전 Time And Machine에서 작가는 기존의 탐구를 확장하면서 전시장을 하나의 조각적 몸체로 다룬다. 이전 전시에서는 관객이 거리를 두고 개별 조각 개체를 감상할 수 있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이 하나의 상황으로 변신하여 관람객을 그 안으로 끌어들인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거대한 진자가 보인다. 크고 둥근 스테인리스 진자는 우아하게 움직이면서 그 매끈한 표면으로 우리를 비춘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보여주려는 것은 진자 이면의 세계다. 우리는 크기가 줄어든 앨리스처럼, 숫자도, 바늘도 없는 시계 뒤편으로,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안과 밖, 두 공간의 낙차로 인해 관객은 미끄러지는 듯한 감각을 경험할지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어떤 바닥에 닿는다.
 
그곳은 어둡고 오히려 바깥이다. 사람 없는 풍경. 사라졌지만, 그 속에서 다른 것이 드러나는 듯하다. 장-뤽 낭시가 말한 ‘사라짐 속에서의 돌출’처럼. 전봇대와 실외기, 콤프레서와 저장 컨테이너. 이를 둘러싸고 있는 진입금지 펜스. 특별히 연출된 디스토피아적 장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그래서 매우 현재적이다. 세공된 표면 아래 방치된 얽힌 기계설비들이 자연처럼 작동하고 있다. 입구가 있는 줄도 몰랐던 뒷산에 올라 내가 사는 곳을 내려다보던 때의 낯설음. 실외기가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 실내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다. 아마도 우리가 지나온 진자와 이 기계들이 연관되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바깥에 남겨진 것 같다. 차갑고 황량한 공기. 그곳은 누군가의 내면 풍경이기도 하고, 우리가 집을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보는 외면 풍경이기도 하다. 인간이 사라진 곳에서 들리는 깊고 고요한 기계들의 허밍.
전시장의 어둠에 서서히 흡수될 즈음에 실외기 옆 작은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 그리고 그 소나무를 오래도록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전기가 곧 자연이자 기계의 피가 된 시대에, 소나무는 유일한 자연이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유일한 사람의 것이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서로에게 작별을 고한다. 인간 뿐 아니라 우리가 머물렀던 장소와 사물도 시간 속에 닳아 사라질 것이다. 이 세계가, 우주 전체가 무(nothingness)로 사라진다”
 
언뜻 허무주의자의 고백으로 들린다. 이어지는 또 다른 말들.
 
“어떤 것도 진실로 변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대로 남아있다. 변한다는 것은 환영일 뿐”
 
이 두 개의 상반된 진술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에드위지 당티카는 죽음을 탐구한 문학 작품들을 비교하면서 공통적으로 작가들은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고 썼다. 이 영상은 미리 준비해 둔 (자신의 또는 지구의) 부고이자 동시에 창작이라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자의 선언처럼 들린다. 반복되는 작별들 속에서 남은 시간의 의미를 고민하고 사라져 가는 것들 속에서 희망을 찾는 긴 우회로서의 창작. 어쩌면 그것이 이호수가 그토록 진자의 움직임에 집중해 온 이유일지 모른다. 작가는 이전에도 작업 과정에서 나온 텍스트들을 조각과 결합해왔다. 물성 위에 재배치된 시 <현현>, 녹슨 철의 표면을 연상시키는 칠 위에 쓰여진 <꿈의 선언문> 등은 이 영상 속 목소리와도 공명한다. 사라진 몸과 남아있는 몸. 변하는 것과 그대로인 것.
 
전시의 제목인 Time And Machine에서 ‘And’ 접속사는 관객에게 그 둘의 관계에 대해 머물러보길 권하는 듯하다. 이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보다 풍요롭게 상상해보고자 다소 무관해보이는 두 가지, 요가와 음악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요가에서는 몸이 한 아사나(동작)에서 다음 아사나로 호흡과 함께 계속 변화한다. 우리 몸은 책상이었다가 아래를 보는 개였다가 나무였다가 가슴 부푼 비둘기였다가 삼각형이 된다. 신체라는 기계의 운동이 흐름,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전시장의 진자 역시 공기의 압력으로 작동하며, 기계의 들숨과 날숨이 진자를 밀고 당긴다는 점을 짚어야 하겠다.) 또한 음악에서 음과 시간은 서로 개별적으로 존재한다거나 음이 시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음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운동을 통해 하나의 음이 다음 음으로, 마치 도미노처럼 부딪치고 이어져 선율을 만들어낸다. 악보에 적힌 검고 둥근 음들을 투명한 실에 꿴 바늘이 들어가는 구멍이라고 상상해보자. 그 구멍을 따라 이어진 투명한 선. 그 선을 타고 흐르는 것을 우리는 선율(旋律)이라고 부른다. 음의 운동이 시간을, 흐름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시간 보다 훨씬 오랜시간 존재하는 모든 객체들을 일컬어 ‘하이퍼객체’라 명명한 생태이론가 티머시 모턴은 미래의 미래가 존재론적으로 과거 ‘아래에’ 있다고 표현한다. 시간이란 비선형적이고, 지층적이며, 잠재적으로 경험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만약 Time And Machine이 어떤 의미에서 미래적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이호수의 진자가 안과 밖, 본질과 외양 그 사이에서 부단히 움직이면서 우리에게 낯선 시간을 열어놓기 때문이 아닐까? ‘Time And Machine’은 타임머신을 구성하는 두 단어 사이에 틈을 벌리고 그 사이에 접속사를 끼워 넣은 모습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기계가 과거나 미래와 같이 임의로 구획된 시간‘을’ 이동한다는 개념에서 이동했음을 드러낸다. 시간과 기계가 각각 존재한다기보다는 기계의 운동성이 시간을 발생시키고 변형하며 감각하게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닐지 짐작해본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이 닿고자 하는 심연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우리가 이미 본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 계단을 덮은 카펫 속으로 푹푹 꺼지는 발을 한발한발 내딛으며 시계탑을 오르던 그날, 나에게는 가족의 시간에 닿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만약 당신에게도 다가가고 싶은 내면의 깊은 곳이 있다면 그 바람을 가지고 Time And Machine 전시를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그는 우리에게 조금 더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보라고, 거기에 우리가 두고 왔던 것들이 그대로 남아서 여전히 움직이고 있을 거라고, 그의 진자를 숨으로 불어주며 우리를 비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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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호수 개인전 Time And Machine 준비과정에서 작가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김지연(작가, 번역가)

 

 

작가 약력


 
학력
2019 시카고예술종합대학교(SAIC) 순수미술 학사
 
주요 개인전
2025 Time And Machine, OCI미술관, 서울
2023 시-공간 여행: Spacetime Travel, 윈드밀, 서울
2022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DGB갤러리, 대구
2021 시선, 영원 속으로: Gaze into Eternity, 갤러리 해브, 청도
의식의 끝에서: On the Verge of Consciousness, Greenpoint Gallery, 뉴욕, 미국
 
주요 단체전
2024 우리는 섬처럼 떨어져 있을지라도,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Making Matters, Forever✰, 서울
Sonic Acts Biennial, Het HEM, 네덜란드 (작가 김익명과 협업)
Flat Land with the Promise, Fener Evleri, 이스탄불, 터키 (작가 김익명과 협업)
2022 Blues with Bowerbird: 바우어 새와 블루스, 파동풍경, 서울
National Juried Show, First Street Gallery, 뉴욕, 미국
2020 16th Annual Small Works Show, 440 Gallery, 뉴욕, 미국
Portraiture: Photography Now, Black Box Gallery, 포틀랜드, 미국
2019 BFA Show, Sullivan Gallery, 시카고, 미국
2018 Data Corpse, Chelsea College of Arts, 런던, 영국
Zeitgeist, institute für Alles Mögliche, 베를린, 독일
Algo-Motion, Flax Space, 시카고, 미국
2017 On the Horizon, 힐크레스트, 대구
 
수상 / 선정
2025 청년도약지원사업 선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
2024 2025 OCI YOUNG CREATIVES 선정, OCI미술관, 서울
제2회 삼보미술상 수상,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
창작의과정 지원사업 선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
2023 서울문화재단 다원예술지원사업 선정, 서울문화재단, 서울
2020 Emerging Artist Prize수상, Greenpoint Gallery, 뉴욕, 미국
2018 존 퀸시 펠로우십 수상, 시카고예술종합대학교, 미국
2016 SAIC 우수 장학금 수여, 시카고예술종합대학교, 미국
 
레지던시
2025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연락

www.leehosu.com | hosu.hsl@gmail.com | @___hosu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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