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귀한인연 황지윤 개인전 《형태가 아닌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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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CImuseum 댓글 0건 조회 237회 작성일 25-06-05 17:10작가명 | 황지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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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5-06-12 ~ 2025-07-26 |
휴관일 | 일, 월 |
전시장소명 | OCI미술관 |
전시장주소 | 03144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
관련링크 | http://ocimuseum.org/portfolio-item/%ed%99%a9%ec%a7%80%ec%9c%a4-%ed%98… 4회 연결 |
형태가 아닌 현상
형태(形態)가 아닌 현상(現象) – 낙화-Falling Blossoms
계절은 유유히 흘러간다. 그러나 아득하거나 그윽한 것은 아니다. 자연은 시간과 중력의 확신을 가지고 강한 힘으로 움직인다. 그때 인간은 아직까지 비추어지는 자연의 형태(形態)란 껍데기에 몰입할 뿐, 그 현상(現象)의 의미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는 그 찰나와 영겁이 어우러지는 현상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그 힘은 거대하고 그리고 존재한다. 그 속에서의 작은 존재들은 생성과 사멸(死滅)을 반복하며, 부대끼고, 바스러지며, 자연의 힘에 자신들의 마지막 모습을 의탁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확신의 움직임’으로부터 우리는 대자연(Mother Nature)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비로소 지각할 수 있다.
봄의 탄생과 여름의 번성은 꽃이라는 ‘화양연화’를 뽐내지만, 꽃의 의미는 그것으로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다. 꽃이 품고 있는 씨앗은 흙과 물을 향하고 있다. 꽃은 명확한 자연의 섭리에 몸을 맡긴 채 낙화(Falling Blossoms)로서 산화(散花)하며 가을과 겨울로 향하는 안식의 의식(ceremony)을 치른다. 흘러가는 성수(聖水)에 세례를 받듯 성스러운 생명의 대업은 한 세대(世代)의 내러티브를 소중히 간직한 채 영원의 끈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봄과 여름의 ‘생명’과 ‘열정’은 가을과 겨울의 ‘낭만’과 ‘치유’로 귀결되며, 계절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예고할 태초의 빛을 기다린다.
인간의 삶도 이토록 자연의 흐름과 같이 유영(游泳)하기를 기도하나, 우리의 삶은 가까이 지켜볼수록 희극보다 비극에 가깝게 보인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새로운 봄으로 이어지는 순리보다는 여름과 겨울의 말초적 경쟁 속에서 힘의 우월이 더욱 주목 받는다. 봄과 가을에 색이 채워지는 조정과 환승(換乘)의 과정은 결과주의에 매몰되어 잊혀지기 일쑤다. 형형색색의 꽃의 무리가 보여야 할 때 원인불명의 더위에 지쳐 색이 바래 탈색되어 꽃은 녹아버렸고, 태양의 힘을 품어 붉게 빛나야 할 단풍은 갑작스러운 추위에 사그라들어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질 때 우리네 삶의 현상에 관하여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가 잊고 지내는 것은 무엇인가? 기억해내고 있지 못하거나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아니면 애써 진실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처음부터 원래 그러했을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이런 말로 치부될 수 없는 상황을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관성에 우리는 중독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원인불명의 무지(無知)에 자발적으로 자신을 가두는 것은 무책임함과 무관심에서 발로한다. 비단 순간순간을 포착하고 곱씹어봐야 할 중요한 상황 뿐만 아니라 인과관계가 명확한 일에 대해서도 인과율을 믿기보다 혹자는 무지(無知)와 구태(status quo ante)의 유혹에 나약하게 기대기 쉽다. 시간이 흐르며 삶 속의 크고 작은 업(業)들이 잊혀져간다. 그리고 우리의 계절과 꽃의 의미를 잊어간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이 선사하는 생명, 열정, 낭만, 치유의 윤회(輪廻)를 기억해내야 한다. 더 강한 꽃무리를 피우고, 더 흐드러지게 낙화해서 치유와 확신의 의식(儀式)을 치르고 다음의 해를 맞이하라고 자연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힘겹게 피어난 꽃무리의 낙화가 전해주는 성찰과 치유의 가치와 사유적(思惟的)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마음으로 이번 작품들을 준비하였다. 감상자가 여러 색상과 형상의 꽃무리가 펼치는 승무(僧舞)를 보며, 생명, 열정, 낭만 그리고 치유라는 윤회의 현상을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운 형(形)과 색(色)을 사용하였다.
또한, 자연다움에 이르지 못한 여러 군상(群像)들을 곳곳에 배치해놓았는데, 이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고통을 주었던 이별, 절망, 슬픔의 감정을 단순히 마음 안에 가두어두는 것이 아니라 비자연스러운 피사체에 투사함으로써 감상자분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치유의 과정을 거치고자 하였다. 어느 현자가 이야기했듯이 다른 이들이 가한 상처보다 그 상처로 인해 일그러진 ‘나’(我)로부터 발현된 상처가 더 크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의 칼날은 깎여나고 무디어지겠지만 그 무게감은 여전히 스스로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흉터가 생기기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집착하기보다 그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또한, 이러한 개인적 의도를 떠나서 부자연스러운 군상(群像)의 묘사로 자연과 배치되는 인간 내면의 불안, 이에 따라 파생되는 무력감, 광기, 내적 붕괴, 아노미 등 기괴한 심리극을 나타내고자 의도하였다.
한편, 9미터가 넘는 작업은 벽의 모서리마저 연결시켜 벽을 덮는 방식으로 설치하였는데, 캔버스 경계에서 그림이 끝나지 않고 평면이 벽에 스며들도록 구성하였다. 혹자는 사람은 사물을 ‘본다’기보다 사물 위를 그저 얼음판을 스치듯이 스쳐지나간다고 하였다. 이처럼 감상자의 관찰의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감상자로 하여금 작품의 경계를 함께 탐험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9미터 작업 다음으로 이어지는 바람에 흔들이는 베일(얇은 천) 작업은 벽에 그림자로 하여금 물감이 떠있는 듯 움직이는 현상(現象)을 시각적 효과로 표현하였다. 마지막으로, 여러 조합의 캔버스 배치가 가능하도록 하여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표현하는 오브제로써 기능하도록 한 점도 일러둔다.
감상자분들에게 막연한 계절의 ‘형태’를 맞이하는 것이 아닌 오늘 우리가 공유하는 계절의 ‘현상’(Phenomenon), 그리고 내면의 감정과 사유의 ‘자각’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황지윤 작가
작가 약력
학력
2011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석사
2008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 학사
주요 개인전
2025 형태가 아닌 현상, OCI미술관, 서울
2023 믿을 수 없는 신세계, 정부서울청사갤러리, 서울
2022 관계와 경계, 한전아트센터, 서울
백색 시선, 올댓큐레이팅 미술기획연구소, 서울
2021 우아한 감시, (재)한원미술관, 서울
2020 풍경의 눈, 전시공간, 서울
2019 수집된 풍경, 공간시은, 전주
2014 바람 불면, 금호미술관, 서울
2013 Landscape and memory, GS타워 스트릿갤러리, 서울
소리에 민감한 풍경, 유중아트센터, 서울
2012 풍경의 변주, OCI미술관, 서울
2011 둔갑술 풍경, 갤러리 175, 서울
주요 이인전
2024 꽃, 꽃을 만나다, 수애뇨339, 서울
2022 갤러리시선 2인 공모기획전 이지희·황지윤, GS건설 갤러리 시선, 서울
2016 초현실적 대화, 주워싱턴한국문화원, 워싱턴 D.C., 미국
2015 상호시선, 공간시은, 전주
주요 단체전
2024 아트경기 런 페스티벌, 갤러리 끼, 파주
Cultural Superhighway, Salon de Kunst,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아쿠아 판타지 Aqua Fantasy, 이천시립원전미술관, 이천
2023 시간을 공간으로, 아트 인 그랑서울, 서울
caminos, 수애뇨339, 서울
2022 2022 아트경기 미술장터, 아트팩토리, 파주
TP: Printed Edition, LCDC SEOUL, 서울
NET FAIR – ART DMZ : 아트경기 업↑, 라이브러리스테이지 지지향, 파주
2022 아트경기 미술장터 팝업전시, 아브뉴프랑, 판교
2022 아트경기 미술장터 – 서울장터, 아트조선스페이스, 서울
DISCOVERIES 2022, 써밋갤러리, 서울
2021 설원기 컬렉션: “1+1” 소장가의 시선,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환상의 정원, 키미아트, 서울
Knocking the Door, 아트스페이스 이색, 서울
2020 BT GALLERY GROUP EXHIBITION, BT갤러리, 서울
2019 금호영아티스트: 16번의 태양과 69개의 눈, 금호미술관, 서울
Nature, Art Mora, 뉴저지, 미국
2018 2018 Art Mora Opencall, Art Mora, 서울
2017 채움으로부터, 갤러리 175, 서울
2015 육감 (六感, SIXTH SENSE), OCI미술관, 서울
2014 치유의 기술 – 비움과 채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도
2014 전북아트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
길들어지는 밤, 우민아트센터, 청주
2013 경계의 회화, 금호미술관, 서울
수상 / 선정
2025 OCI어게인 귀한인연 개인전 선정
2022 2022 아트경기 사업 선정, 경기문화재단, 수원
2019 KSD 미술상 최우수상 수상, 한국예탁결제원, 서울
2018 Art Mora Opencall 우승 작가 선정, 뉴저지, 미국
2016 Open Call For Artist 2인전 공모 선정, 주워싱턴한국문화원, 워싱턴 D.C., 미국
2013 2014 KUMHO YOUNG ARTIST 선정, 금호미술관, 서울
2011 2012 OCI YOUNG CREATIVES 선정, OCI미술관, 서울
한성백제미술대전 입상, 송파구미술가협회, 서울
레지던시
2025 영은창작스튜디오,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2026 입주 예정)
2017 OCI미술관 1211 레지던시, OCI미술관, 서울
2015 강동리싸이클아트센터 스튜디오, 강동리싸이클아트센터, 서울
2012 스튜디오683,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
소장
금호미술관, OCI미술관
강의 경력
2016-2019 한국예술종합학교 (드로잉의 이해, 기초 스튜디오, 기초 드로잉)
연락
koala011@naver.com | @zyoon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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